창씨개명 당한 우리꽃 '다케시마' 이름 함부로 못바꾼다
  • 스토리369
  • 입력시간 : 2019-02-27 11:34:22 수정시간 : 2019-02-27 11:34:22


사회 각 분야에서 일제 잔재가 지워지고 있지만 식물 이름만큼은 흔적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식물 이름은 학명(學名), 영명(英名), 국명(國名) 등 세 가지로 불리는데 아쉽게도 학명은 국제적인 약속이어서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다.

27일 산림청 국립수목원 등에 따르면 한반도 특산식물 527종 중 327종의 학명에 '나카이'(Nakai)라는 일본 식물학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학명은 국제규약에 따라 식물 종류, 발견지역, 발견자 순으로 표기되는데 우리 특산식물 상당수는 일제 강점기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Nakai Takenoshin)이 이름을 붙였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있는 식물인데도 여전히 일본인 학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거나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 우리 특산식물 60% 이상에 일본인 이름

금강초롱꽃(학명:Hanabusaya asiatica Nakai)이 대표적이다.

금강초롱꽃 학명에는 국권침탈 주역인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花房義質)의 이름이 들어있다.

나카이가 자신을 조선에 파견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하나부사에게 바쳤다. 당시 금강초롱꽃은 하나부사의 한문식 이름을 따 '화방초'(花房草)로 불리기도 했다.

섬현삼, 섬기린초, 섬초롱꽃 등 울릉도와 독도에서 발견된 특산식물의 학명에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부르는 '다케시마'(竹島)와 나카이가 붙었다.

미선나무(Abeliophyllum disdichum Nakai)는 1919년 학계에 처음 보고돼 한반도 대표 특산식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 식물학의 개척자인 정태현 박사가 1917년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견했으나 나카이가 자신의 이름만 학명에 넣은 뒤 일본식 이름인 '부채나무'(Uchiwa-no-ki)로 소개했다.

매우 특별한 경우지만 식물의 학명은 먼저 발견된 식물과 같은 종이 확인되면 우선 원칙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백합 종류인 평양지모(Anemarrhena asphodeloides Bunge)의 학명은 'Terauchia anemarrhenaefolia Nakai'였다. 초대 조선총독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의 이름을 따 '사내초'(寺內草)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먼저 발견된 식물과 같은 종으로 확인, 현재의 학명을 사용하게 됐다.

◇ 무궁화 보면 눈병 생긴다?

학명과 달리 학계 등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영명'과 나라별로 부르는 '국명'은 우리 의지로 바꿀 수 있다.

소나무는 영명이 줄기가 붉은 일본 소나무란 뜻의 '재패니스 레드 파인'(Japanese red pine)이었으나 2015년 '코리아 레드 파인'으로 바로 잡았다.

일제는 국내 식물의 이름을 일부러 비하해 부르거나 이 식물이 병을 일으킨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일본인들이 정원수로 많이 이용하는 단풍나무를 일본의 것은 참단풍(Acer japonicum Thunb)으로 부르고, 한국의 것은 노인단풍(Acer koreanum Nakai)으로 불러 차별했다.

침엽수인 개비자나무(Cephalotaxus koreana Nakai)의 경우 굳이 개(犬)를 앞에 붙여 비하하기도 했다.

무궁화는 의도적으로 눈의 피 꽃, 부스럼 꽃 등으로 불렀으며 이 때문에 무궁화를 보거나 만지면 눈병이 나고 몸에 부스럼이 생긴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장계선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며느리밑씻개, 복수초, 개불알꽃 등은 매우 예쁜 식물인데 일본어를 번역하거나 차용하면서 이름이 경박해졌다"며 "우리 식물을 아름다운 우리 이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포천=연합뉴스)

뉴스홈으로
맨위로
  • Copyright by story36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