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한국서 가장 유명한 시인의 시집에 소개돼 있었다
고영태 비극적 집안사, 고은 시인 ‘만인보’에 수록 드러나
아버지 신군부 총에 맞아 숨지자 어머니 혼자 2남3녀 키워
  • 스토리369 박수희
  • 입력시간 : 2016-12-20 14:35:19 수정시간 : 2016-12-20 14:35:19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한 고영태씨의 가슴 아픈 가족사가 고은 시인의 시집 ‘만인보’에 수록된 사실이 확인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총 30권으로 발간된 연작시 ‘만인보’는 고은 시인을 노벨문학상 후보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5,6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고영태씨 아버지 고규석씨는 고영태씨가 다섯 살 때인 1980년 5월21일 전두환 신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동네 이장이자 새마을지도자, 예비군 소대장이었던 한 남자의 너무도 허망한 죽음이었다.

전남 담양군에 살던 고규석씨는 광주로 볼일을 보러 가다가 옛 광주교도소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하던 제 3여단 신군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신군부는 고규석씨의 시신을 옛 교도소 옆에 암매장했고 그의 남편 이숙자씨가 암매장터 흙구덩이 속에서 가슴에 총을 맞고 부패한 상태의 시신을 발견해 5·18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이숙자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방적공장 3교대 근무, 닭장사, 튀김장사 등을 하며 2남3녀를 키웠다.

고은 시인은 고영태씨 집안의 이 같은 비극을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 두 편에 담았다.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엔 ‘막내놈 그놈은/ 펜싱 선수로/ 아시안 게임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란 구절이 있는데 ‘막내놈 그놈’이 바로 고영태씨다.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이장 노릇/ 새마을지도자 노릇/ 소방대장 노릇/ 예비군 소대장 노릇/ 왕대 한 다발도 번쩍 들었지/ (중략) /동네방네 이 소식 저 소식 다 꿰었지/ 싸움 다 말렸지/ 사화 붙여/ 사홧술 한잔 마시고/ 껄껄껄 웃고 말았지/ (중략) /누구네 집 서울 간 막내아들/ 달마다 담배 사보내는 것도 알고/ 누구네 집 마누라가/ 영감 몰래/ 논물 몰래 대어/ 옆논 임자하고 싸운 일도 알고/ 아니 아니/ 누구네 집 삽 두 자루/ 누구네 집 나락 열 가마/ 남은 것도 아는 사내/ 고규석/ 다 알았지/ 다 알았지/ 그러다가 딱 하나 몰랐던가/ 하필이면/ 5월 21일/ 광주에 볼일 보러 가/ 영 돌아올 줄 몰랐지/ 마누라 이숙자가/ 아들딸 다섯 놔두고/ 찾으러 나섰지/ 전남대 병원/ 조선대 병원/ 상무관/ 도청/ (중략) / 그렇게 열흘을/ 넋 나간 채/ 넋 잃은 채/ 헤집고 다녔지/ 이윽고/ 광주교도소 암매장터/ 그 흙구덩이 속에서/ 짓이겨진 남편의 썩은 얼굴 나왔지/ 가슴 펑 뚫린 채/ 마흔 살 되어 썩은 주검으로/ 거기 있었지/
아이고 이보시오/ (중략) / 다섯 아이 어쩌라고/ 이렇게 누워만 있소 속없는 양반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 (중략)/ 담양 촌구석 마누라가/ 살려고 버둥쳤다/ 광주 변두리/ 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로/ 살려고 버둥쳤다/ 여섯 가구가/ 수도꼭지하나로 물 받는 집/ (중략) / 남편 죽어간 세월/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 놈 그놈은/ 펜싱 선수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 얼굴/ 희끄무레 새겨져 해가 저물었다.

뉴스홈으로
맨위로
  • Copyright by story36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