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구 방문 당시 경악스러운 일이 있었다
서문시장 화재 현장 방문 직전 소방대원들에게 “소방호스 빼라” 주문
화재 현장 곳곳에 있던 노란 소방복 입은 사람들, 대구소방대원 아냐
  • 스토리369 김만석
  • 입력시간 : 2016-12-03 17:41:18 수정시간 : 2016-12-05 00: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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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속 소방대원은 대구소방대원 소속이 아니라고 한다.
영남일보에 3일 실린 기사 하나가 네티즌들을 발칵 뒤집었다. 최보규 기획취재부 기자가 ‘취재수첩’으로 쓴 이 기사의 제목은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어떤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는지 고발하는 기사다.

최 기자는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까지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음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소방대원에게 길 위에 놓인 소방호스를 빼라고 주문했다면서 소방호스를 빼지 않으려는 소방대원과 뺄 것을 주문하는 청와대 관계자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졌다고 했다.

최 기자는 박 대통령의 등장으로 서문시장 일대가 ‘연극무대’로 바뀌었다면서 “문제의 소방호스는 화재현장과 연결돼 있었다. 호스의 연결을 끊으면 현장에는 자연히 물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 스태프들은 뭘 걱정했을까. 주인공이 행여 호스에 걸려 넘어질까, 혹은 마차 타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편한 승차감’을 훼손할까 두려웠을까. 5분가량의 실랑이 후 소방호스는 빼지 않는 걸로 결론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기자는 박 대통령 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의문의 소방대원’까지 동원됐다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오후 1시30분 박 대통령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걷는 화재 현장 곳곳에는 노란 소방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누군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귀띔해 줬다. “우리 쪽(대구소방대원) 사람 아니에요.” ‘무대’ 안에 있던 노란 소방복의 사나이들은 누구였을까. ‘공연’을 위해 포진된 ‘맞춤형 배우’였을까.>

최 기자가 분노를 담아 쓴 기사를 소개한다.

[취재수첩]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지난 1일 오후 불씨는 아직 살아있었다. 30시간이 넘는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마(火魔)의 씨앗은 잿더미 사이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피해 상인들은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을 찾았다.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힘이 돼 준 서문시장을 찾아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겠다는 요량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서문시장 일대는 곧 ‘연극무대’로 바뀌었다. 주인공은 박 대통령. 대구시민은 엑스트라쯤 됐을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 배경은 완벽했다. 주인공의 무대 등장 30분 전. 스태프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주인공의 동선에 맞춰 철저하게 무대를 준비했다. 그들이 친 폴리스라인으로 인해 시민들은 무대 한 귀퉁이로 몰렸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기 17분 전. 현장에선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스태프는 수차례 대구소방대원에게 길 위에 놓인 소방호스를 빼라고 주문했다. 소방대원은 “안 된다”고 했지만, 스태프는 “저쪽에선 빼도 된다고 했는데 왜 안 된다는 거냐”고 입씨름했다.

문제의 소방호스는 화재현장과 연결돼 있었다. 호스의 연결을 끊으면 현장에는 자연히 물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 스태프들은 뭘 걱정했을까. 주인공이 행여 호스에 걸려 넘어질까, 혹은 마차 타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편한 승차감’을 훼손할까 두려웠을까. 5분가량의 실랑이 후 소방호스는 빼지 않는 걸로 결론났다.

오후 1시30분 박 대통령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걷는 화재 현장 곳곳에는 노란 소방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누군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귀띔해 줬다. “우리 쪽(대구소방대원) 사람 아니에요.” ‘무대’ 안에 있던 노란 소방복의 사나이들은 누구였을까. ‘공연’을 위해 포진된 ‘맞춤형 배우’였을까.

주인공의 등장은 화재 진압도 일시 중단시켰다. 박 대통령 도착 전까지 소방대원들은 잿더미를 들춰내고 안에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었다.

정확히 10분. 이날의 ‘공연’은 짧았다. 하지만 불씨와의 사투가 벌어지던 때 자신의 ‘연극’을 위해 억지로 ‘무대’를 만든 주인공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이 모든 게 ‘연극’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상인들의 절규가 생생하다. 화재는 이튿날 완진됐지만 대구시민 마음속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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