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같다"… 손석희 앵커브리핑 화제
  • 스토리369 신영선
  • 입력시간 : 2016-09-27 11:31:28 수정시간 : 2016-09-27 1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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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다. 시인이 따로 없다.”

26일자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핑을 들은 한 청취자가 한 말이다. 이 청취자의 말대로 이날 브리핑은 ‘물’을 소재로 써내려간 한 편의 시를 연상시켰다.

손 앵커는 박준 시인의 시로 문을 열더니 4대강, 콧물 정수기 문제를 짚은 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씨를 부검하하는 정부의 삭막한 태도에 에둘러 일침을 가했다.

손 앵커는 “삼백 날이 넘도록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던 정부는 이제와 원인을 알아내야겠다며 부검을 요구하고 있다. 불과 11년 전 농민의 죽음 앞에서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던 지금의 여당은 흐르는 세월 탓이었을까… 아니면 입장이 바뀐 탓일까… 국민의 죽음 앞에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손 앵커는 “물은 이다지도 잔인하고 공포스럽고 그리하여 사람들의 눈물을 뽑아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가”라고 묻고 “일흔 살 생일을 지내고 세상을 떠난 노인이 원한 세상은 이런 것은 아니었을 터. 굽이굽이 산허리를 휘감고 나와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너그러이 보듬고 종래에는 함께 어우러지는 물의 세상…. 그러나 물은 오늘도 미열을 앓고 물을 문병하는 우리는 아파한다”고 했다.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미열을 앓는 당신의 머리맡에는 금방 앉았다 간다 하던 사람이 사나흘씩 머물다 가기도 했다.' - 박준 < 문병-남한강 >

시인 박준은 4대강 사업으로 모습이 달라진 남한강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시인은 원래, 잠시만 강둑에 앉았다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떠나지 못하고 며칠을 더 머물렀던 이유는 '아픈 마음이 스며들어서…' 였습니다.

물은 갇혀 있었고 썩어 있었습니다. 짐작되는 원인은 분명했지만 정작 물을 가둔 이들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흐르지 않는 물. 사람들은 물빛에 어린 초록색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시는 물의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마치 콧물 같은 이물질이 흘러나온다는 정수기의 물. 특정 회사의 정수기 이외엔 문제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려버린 정부. 그 물을 직접 마시며 사는 사람들은 눈으로 보이는 증거들을 내보였지만 정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그 물.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물이 있습니다.

315일 전 앵커브리핑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인용했습니다.

두 개의 달… 즉,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딪혔던 그 밤. 사람을 일직선으로 조준한 물의 위력에 쓰러진 농민이 있었습니다.

삼백 날이 넘도록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던 정부는 이제와 원인을 알아내야겠다며 부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불과 11년 전 농민의 죽음 앞에서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던 지금의 여당은 흐르는 세월 탓이었을까… 아니면 입장이 바뀐 탓일까… 국민의 죽음 앞에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물은 이다지도 잔인하고 공포스럽고 그리하여 사람들의 눈물을 뽑아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가…

일흔 살 생일을 지내고 세상을 떠난 노인이 원한 세상은 이런 것은 아니었을 테지요.

굽이굽이 산허리를 휘감고 나와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너그러이 보듬고 종래에는 함께 어우러지는 물의 세상…

그러나 물은 오늘도 미열을 앓고 물을 문병하는 우리는 아파합니다.

그렇게 다시 묻는 물의 안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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